고양이를 입양하기로 맘을 먹은 후에 있었던 일들부터 적어보려 합니다.
자주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고양이 강아지 입양글을 봐왔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데려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최근 글을 검색해보니 아픈 아이들도 있고 맘에 쏙 드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처음엔 사실 샵이나 가정 분양을 받을까도 엄청 망설였습니다. 저와 20년을 함께할 반려동물인데 맘에 꼭 들고 예쁜 고양이가 제 맘을 빼앗아 줬으면 하는 마음이 한 켠에 있었으니까요.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는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유기된 고양이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분양할지 망설이면서 천천히 둘러보는데 사연이 복잡한 두 살 된 고양이가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믹스묘인데 찾기 힘든 독특한 매력의 렉돌같기도 하고 얼굴이 동글동글한게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 보였습니다. 행여 다른 집사에게 가버릴까 얼른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더니 전화가 와서 인터뷰처럼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원래 구조해서 입양을 보냈는데 그 부부 중 한 분이 수술을 받으셨고 거동이 불편할 만큼 편찮으셔서 피치 못하게 파양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사랑을 듬뿍받고 지내던 고양이라고 하셨고 이러한 설명 뒤로는 일종의 인터뷰같은 질답이 오갔습니다. 가족과 사는 지, 직업이나 살고 있는 집의 형태, 방묘창, 방묘문을 설치할 의향이 있는지, 중성화 수술에 대해 알고 있는지, 수술을 시킬 의향이 있는지, 고양이가 화장실을 가리지 못하면, 밤새 울어댄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기대하지 못했던 많은 질문들을 받게 되어 조금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책임비만 받고 데려오기 때문에 쉽게 파양당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셨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집을 많이 비우지 않고 많이 곁에 있어줄 수 있고 사료, 장난감, 모래값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겠다 싶어서 나름 고민 끝에 결정하고 입양을 알아보는 과정이었지만 솔직히 큰 수술에 전재산을 털 수 있을만큼 내가 헌신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멈칫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선은 그렇게 문답을 마치고 심의 후 연락을 주신다 하여 전화를 끊고 시험 결과를 기다리 듯 잠시 기다리니 전화가 와서 입양 기준에는 맞지만 이 아이같은 경우는 전에 키우시던 분들이 부부였기 때문에 그 분들 의견으로는 최소 부부이거나 가족 구성원이 있는 가정에 보내서 사랑받게끔 하고 싶다고 거절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화를 기다리면서 두려움에 짖눌렸던 건 사실이었지만 거절당하고 나니 속상해서 사진만 거듭 찾아보며 묘연이란 것이 이런 거구나 싶으면서도 구조자 분과 통화 때 알게 된 정보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방묘창, 방묘문이랄지 중성화 수술과 비용 왜 해야하는지 등 정보들을 찾아보고 처음 고양이를 맞을 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들도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구조자님이 아직 입양되지 않은 고양이들이 많이 있으니 사진을 보내주겠다 하셔서 메신저로 받아보았는데 딱한 사정에 있는 고양이들이긴 하지만 뭔가 실연당한 기분같기도 하고 사실 맘에 드는 외모가 아니라서 생각해보겠다는 문자만 남기고 연락을 끊게 되었습니다. 고양이 입양을 알아보면서 가족처럼 오랜 시간 함께하게 될 생명을 들이는 일인데 마치 좋아하는 뭔가를 고르며 쇼핑하듯 외모를 보고 생일이 언제인지 보고 크면 어떨지 엄마묘 아빠묘의 사진까지 살피고 있는 저를 보니 약간 이상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 속의 고양이는 2살 정도 된 성묘였는데 마당 고양이를 여러마리 가진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가급적 아기고양이를 암놈으로 데려오라고 조언을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 때부터 접하면 엄마처럼 친근하게 알고 수컷이면 발정기 때 여기저기 소변을 뿌리는 일명 스프레이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때부터는 새끼 고양이 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유기묘만 올라오는 '고다'를 뒤로하고 가정분양, 샵분양, 유기묘 모든 정보가 모여 있는 '냥이네'라는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까다로운 인터뷰와 서류 등에 지레 겁을 먹어서였고 잠재적 파양자가 된 기분을 느껴서 였습니다. 아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인데 저는 알러지가 있으면 매일 약을 먹겠다는 생각을 깔고 알아봤었습니다. 혹시 이 부분이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가까이 있는 고양이 카페에 가셔서 한 시간 이상 머무시면서 알레르기가 발현되는지 살펴보시면 마음을 확고히 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냥이네'카페 가입 이후 얘기는 다음 글에 적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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